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주가가 오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불안, 미국의 이란 선박 나포까지 터진 날, 코스피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게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영업 현장에서 10년 넘게 거래처를 봐온 경험상, 시장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인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 중에도 오르는 시장, 어떻게 읽어야 할까?
주가가 왜 지금 오르는지 물으면, 대부분 "뉴스가 좋아졌다"고 답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뉴스가 좋아지기 전에 이미 주가는 오릅니다.
이를 시장의 선행성(Leading Indicator)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행성이란, 주식 시장이 실물 경기보다 평균 6~12개월 먼저 방향을 반영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경기 침체가 공식 확인되기 훨씬 전에 주가가 먼저 빠지고, 회복도 실물 지표가 나아지기 전에 이미 오르는 이유입니다.
저도 영업 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가 수주되는 시점에 이미 계약은 끝나있고, 외부에서 "저 회사 잘 나가네"라고 체감하는 건 6개월에서 1년 후입니다. 지금 시장이 전쟁이 진행 중인데도 오르는 구조는 정확히 같은 맥락입니다. 협상의 방향이 정해지는 순간, 시장은 이미 그 결과를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기준입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 합의(JCPOA), 즉 이란의 핵 활동을 일정 기간 동결하는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완화한 합의보다 조금만 나으면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내보냈다는 점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여기서 JCPOA란 2015년 이란과 주요 6개국이 체결한 핵 협정으로, 이란이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기준선이 낮아졌다는 건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시장은 그걸 즉각 읽었습니다.
실물 경기는 어렵고 주가는 오른다, 이 괴리의 정체
"장사가 이렇게 안 되는데 왜 주가만 오릅니까?"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이 괴리가 불편했습니다. 주변 자영업자들은 힘들다고 하고, 거래처에서도 "올해는 진짜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수는 계속 우상향합니다.
핵심은 양극화(Polarization)입니다. 여기서 양극화란 경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는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분리 현상을 말합니다. 주식 시장은 자영업자 550만 명의 체감 경기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출처: 한국거래소)에서, 주가는 사실상 대기업 몇 곳의 실적을 반영하는 겁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것도 이겁니다. 내수 거래처는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해외 수주가 붙은 업체나 대기업 협력사들은 같은 시기에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삼성 SDI가 헝가리 공장에서 벤츠에 배터리를 납품하면 그 이익은 국내 GDP(국내총생산)에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서 GDP란 한 나라 국경 안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을 의미하는데, 해외 현지 공장의 수익은 기업 이익에는 반영되지만 국내 GDP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수가 어려워도 기업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을 불안하게 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 이 괴리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는 언젠가는 수렴합니다. 그 전까지는 어느 쪽에 서 있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합니다.
종전 이후 어디를 봐야 하는가, 주도주의 조건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을 봐야 할까요?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미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보입니다.
저는 크게 세 축을 주목합니다.
- AI 인프라 관련주: 반도체(특히 HBM), 원전·태양광 등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
- 방산주: 한국산 무기의 실전 성능이 검증되면서 유럽과 중동의 실수주가 이어지고 있고, 인도 시장까지 확대 중
- 중동 복구 수요: 전쟁으로 파손된 석유·가스 플랜트(LNG 터미널 포함) 복구는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의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HBM이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른 고대역폭 메모리를 말합니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방산 쪽은 저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느낍니다. 미국이 유럽 동맹국에 무기 재고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식 통보한 상황에서, 실전 검증까지 된 한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는 단순한 기대가 아닌 실수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수요가 실적으로 바뀌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단기 테마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전력 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면서 전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6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IEA). 발전소 건설에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전력 관련 기업들이 반도체보다 먼저 주도주로 부상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종목이 주도주가 아니라면
이 질문이 사실 제일 어렵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뉴스에 반응해서 늦게 움직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너무 비싸게 샀다가 빠지면 못 팔고, 빠진 채로 있다가 다른 종목으로 갔다가, 결국 주도주를 놓치는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한 가지 현실적인 방법은 일괄 교체가 아니라 부분 전환입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0%씩만 주도주 쪽으로 옮겨보면, 비교가 바로 눈에 보입니다. 10%가 움직이는 것과 나머지 90%가 움직이는 게 다르면, 그다음 판단을 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코스닥 소형주에서 단기 이슈성 재료만 보고 들어가는 것은 저는 지양하는 편입니다. 호재가 있어도 그 호재가 기업 체질을 바꾸는 수준인지, 아니면 단순 뉴스 반응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체질을 바꾸지 못하는 호재에 들어갔다가 주도주의 상승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시장은 결국 '지수가 얼마냐'가 아니라 '어디에 타고 있느냐'로 수익이 갈립니다. 지수가 두 배가 돼도 주도주를 가진 사람과 비주도주를 가진 사람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해봤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 시장은 분명히 강합니다. 하지만 그 강함의 근거가 '기대'라는 점은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기대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속도를 확인하면서, 포지션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정리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항상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