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코스피가 6,000을 넘어서며 급등한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한 반등이라고 봤는데,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시장이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한번 같이 짚어보겠습니다.

시장은 왜 전쟁 중에도 올랐을까? 선반영과 펀더멘탈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뉴스에서 나쁜 소식이 터졌는데 주가는 이미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 저도 처음 이 패턴을 마주쳤을 때 당황했습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건설사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이미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방향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시장은 항상 정보보다 기대를 먼저 삽니다.
이번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국면에서도 같은 공식이 적용됐습니다. 여기서 선반영이란 시장이 미래의 결과를 현재 주가에 미리 반영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미군이 실제로 전장에 배치되기 훨씬 전인 1942년 5월에 이미 주식시장은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 코스피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종전을 가격에 반영하듯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선반영만으로 이 상승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펀더멘탈입니다. 펀더멘탈이란 기업의 실적, 경기 수준, 금리 등 주가를 받쳐주는 기초 체력을 의미합니다. 현재 국내 기업 실적은 실제로 탄탄합니다.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 증가가 예상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만으로도 전 세계 1, 3위권을 다툴 수준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환율도 이미 1,478원 수준까지 내려왔고, 달러 강세가 꺾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22%에 달하는 국내 증시가 PBR 1.4배에 거래된다는 건 같은 수익성의 미국(PBR 4.5배), 대만(PBR 3.9배)과 비교했을 때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여기서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자산 대비 주가가 싸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당장 상승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펀더멘탈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에 겁먹고 비중을 줄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손해였다는 걸, 저는 실제 경험으로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장은 이벤트가 아니라 기대와 구조를 먼저 반영한다
- 펀더멘탈(실적·금리·환율)이 꺾이지 않은 구간의 급락은 역사적으로 매수 기회였다
- 코스피 PBR 1.4배는 동일 ROE 대비 미국·대만 대비 현저히 저평가된 수준이다
탈세계화가 만든 대한민국의 기회, AI와 반도체 구조 변화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한국 증시일까요? 이건 단순히 싸서 오르는 게 아닙니다.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냉전 이후 세계는 비교우위 원칙 아래 자유무역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비교우위란 각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특화해 교역하는 경제 원리입니다. 중국이 싸게 만들 수 있으니 사고, 미국이 금융을 잘하니 맡기는 식이었죠.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흐름이 꺾이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공급망 붕괴를 현실로 보여주면서 탈세계화는 가속됐습니다. 탈세계화란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 통합 체제에서 벗어나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과 안보를 우선시하는 흐름을 뜻합니다.
저도 현장에서 이 변화를 실감했습니다. 예전에는 가격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단가 낮춰 주는 거래처면 다 됐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품질, 브랜드, 안정적인 납품 능력이 먼저 입니다. 그 흐름을 빨리 읽은 업체는 살아남았고, 못 읽은 업체는 뒤처졌습니다. 주식 시장도 같은 이치로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이 탈세계화 구조에서 대한민국의 위치가 독특합니다. 반도체, 방산, 원전, 조선 등 미국이 중국 대신 필요로 하는 제조 역량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웨이퍼 테스트 장비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AI 연산에 필요한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메모리입니다.
여기에 AI 수요가 겹칩니다. 국가 안보 우선 시대에는 비효율이 불가피하고, 그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AI 투자가 필요합니다. 오라클이 AI 기반 유틸리티 플랫폼으로 고객사의 비용을 3억 6,900만 달러 절감했다는 실적을 발표한 것이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의 급등으로 이어진 것도 이 논리와 닿아 있습니다. AI가 실제로 돈을 버는 도구임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되기 시작한 겁니다.
엔트로픽의 클로드 API 가동률이 98.9%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99.99%의 가동률이 필요한데, 0.1%의 차이가 연간 다운타임 52분과 46시간의 차이를 만듭니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컴퓨팅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수요로 이어집니다. LS일렉트릭이 북미 데이터센터 배전반 수주를 잇달아 받고 있는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입니다(출처: 한국전력거래소).
한 가지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구조적 성장 논리는 타당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산일전기 같은 전력기기 기업들은 이미 몇 배씩 올라있습니다. 지금 들어가는 것과 1년 전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제 경험상 좋은 섹터라도 진입 타이밍과 밸류에이션은 별도로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시장이 좋다는 건 동의하지만, "좋은 시장"과 "지금 당장 사도 되는 시장"은 다른 문제입니다. 구조적 방향성에 확신이 생겼다면, 단기 과열 구간을 피해 조정 시에 분할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실적이 좋아서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구조 변화에 자금이 베팅하는 시장입니다. 그 구조 안에서 한국이 꽤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저는 그렇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방향성이 맞아도 과열된 구간에서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는 건 늘 조심해야 합니다. 단기 이벤트보다 구조를 보되, 밸류에이션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결국 긴 시간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